무무 보시게나.
자네의 글은 언제나 봐도 나를 부끄럽게 하네그려.
철없이 호흡수련 한답시고 금정산에다 움막짓고 보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러 버렸는지 참으로 감개가 무량할 뿐일세.
나는 요즘 절밥을 먹으며 지내게 되었네.
중이 된건아니고 그저 조용한 산사에서 수련이나 해 볼려고 들어 왓다네.
가끔씩 집에 내려와서 이렇게 연정원도 둘러보고 가곤 하지.

자네의 글을 읽어보니 이미 開心의 단계를 지난것 같아서 한편으론 기쁘고
또 한편으론 슬프네.
자네의 일취월장이 기쁘고 나의 모자람이 슬프다네.
항상 자네의 뒤만 쫏다가 내 인생 종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려 하하

그런데 내가 한가지 의아해 하는 것은 사단 칠정을 논함에 있어서 어찌하여
태극을 말하지 않았으며 그 원리를 설명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네.
근본 뿌리를 논하지 않고서 가지와 열매를 말한다는 것은 자네의 평소답지
않은 태도라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네.
잘 몰라서 그런건 아닐테고 무슨 연유라도 있는 것인지?

자네가 말하지 않았던가?
말하지 않을 거라면 몰라도 이미 말했다면 확실하게 밝히라고 말일세.

그리고 호흡과 마음의 관계를 밝힘에 있어서는 그 반대로 원리는 설명해 놓고
지엽적인 방법과 순서를 설명하지 않았으니 이건또 무슨 심산인지 나로서는
알수없는 의문일세.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헤아리오만 그래도 평소의 자네를 잘알기에 하는
소리일세.
자네가 경기도 금왕산에서 공부할때 나에게 보낸 편지를 추억해보면 그렇게도 상세히 중언 부언하여 오히려 무얼 말하는지 조차 모르게 나의 정신을
빼 놓더니 말일세.

최소한 남들에게 말할수 있을 정도라면 혼돈을 가져오게 해서는 안되며
명확하게 밝혀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확 트이도록 해야지 어정쩡
하게 대략만을 설명해 놓고 학인들로 하여금 다른 의문을 품게 해서는
안된다는게 내 생각 일세.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네.
친구니까 이런 말도 쓸수 있지 다른 사람이라면 이러겠나?
내성질 잘 알지않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못보는 성질.
난 아직도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는 편이라서 좀 나은
자네가 이해하게나.

멀리서 동무가